추억(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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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 오래전 등굣길을 다시 걸었다
오늘은 신규 프로젝트가 될지도 모르는 새 광고주와의 미팅이 있는 날이다. 한때 자주 다녔던 등굣길에 위치한 광고주의 회사를 찾아가는 길에 오래전 등교하던 시절의 나를 잠깐 만날 수 있었다. 지하철역을 내려 골목길을 따라 걸었고, 육교를 건너서 학교에 다니던 그때의 나를….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은 삶을 살게 될까? 지금까지의 내가 버리고, 선택했던 갈림길에서 난 또 같은 혹은 아주 비슷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 그때의 나도 최선을 선택했었으니까.
2024.03.21 -
오늘의 일기 - 무척 그립다 터키의 그 습도 그 바람
느지막이 일어났다. 아침 식사를 건너뛸까도 생각했지만, 옥상뷰와 함께 먹는 터키 현지식의 매력에 빠져있었던 난 그럴 수 없었다. 하루 전 식사에서 음식 이름을 다 들었었지만 또 잊어버렸다. 이름은 잊어버렸어도 그 맛은 여전히 혀끝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독특한 향의 커피와 함께 먹는 터키 현지식 아침은 잠으로 풀지 못한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비타민 같다. 오늘 갑자기 터키에서의 여행이 그리워졌다. 그 습도, 그 바람, 이방인의 주변을 스쳐 가던 현지인들의 향기까지… 언제 또 갈 수 있을까?
2024.03.07 -
오늘의 일기 - 한때 내 친구네 집이었던 카페
초등학생 시절에 살던 동네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매일 아침 학교 가던 길을 지나 내가 다녔던 학교와 하교 시간에 친구들이랑 떡볶이를 사 먹던 가게들을 둘러봤다.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길이며, 주요 건물들은 바뀌지 않고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어서 반가웠다. 그사이 내가 살던 동네는 큰 변화가 있었다. 조용한 주택가였던 우리 동네는 지역 발전을 핑계로 고급스러운 '카페 거리'로 바뀌어 있었다. 초등학교 때 숙제를 핑계로 거의 매일 들렀던 친구들 집을 기억을 더듬어 찾으러 갔다. 한때 내 친구 집이었던 그곳은 이름 모를 카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다른 친구의 집은 부티크로 바뀌어 있었고, 또 어떤 친구네 집은 미용실이 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바뀐 내 친구네 집도 있었다. 그때..
2024.01.08 -
추억 속의 어린이날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자영업을 하셨다. 당시 대부분의 직장인이 주 6일 근무를 하던 때였는데, 부모님은 주말도 없이 주 7일 가게 문을 여셨다. 사실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는 쉬시는 법이 없으셨던 분들이셨다. 그런 부모님이 큰맘 먹고 가게 문을 닫는 날이 있었는데 그게 어린이날이었다. 쉬는 날도 없이 매일 가게를 운영하시다 어쩌다 쉬시는 날이면 우리 남매를 데리고 공원으로 수영장으로 놀이동산으로 다니셨다. 지금 주 5일 근무하면서 주말 이틀 쉬는 것도 모자란 우리 세대들은 따라가기 힘든 체력을 가지셨던 것일까. 그렇게 힘든 중에도 하루를 온전히 자식들을 위해서 내어주셨던 분들이셨다. 적당히 점심 먹고 돌아오는 일이 없었다. 종일 뛰어놀아 남매가 지쳐 떨어질 때쯤이면 해도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즈..
2023.05.05 -
이별 혹은 상실감
죽음으로 맞이하게 되는 이별은 그 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고 해서 아픔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는다. 나의 어린 시절을 함께하며 같은 시간에 추억을 묻었던 사람과의 이별은 더욱 그렇다. 사촌이었던 Y. 6살이나 많았던 그는 항상 큰 어른인 것 같았고, 내가 모르는 모든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고로 Y의 동생을 떠나보낸 지 꼭 1년 만에 Y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린 시절 그와 함께 놀면서 보냈던 시간을 이제는 혼자 추억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부고를 받은 순간부터 장례를 마치는 순간까지 그가 생각날 때마다, 동생으로 부족했던 나를 반성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와 함께 한 장난을 이야기하며 웃으면서 흘렸고, 병마와의 힘들었던 그의 사투를 들으며 괴롭게 흘렸다. 오랫동안 힘들게 함께했..
2023.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