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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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 잃어버린 가을을 다시 찾은 날
교과서에 나타난 우리나라에 대한 소개는 항상 이렇게 시작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성 기후의 특징을 지니고…"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교과서에 적혀있었던 이 내용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는 걸. 다들 기억하지 않는가. 이제 겨울 코트를 벗어도 되는 건가? 눈치를 보는 사이에 이름만큼 짧은 '봄'은 지나갔고, 여름 반소매를 꺼내 입어야 했던 지난 봄. 시계를 더 뒤로 돌려 지난 여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지 않은가. 이제 아침저녁으로 바람도 시원해지고, 사무실엔 에어컨을 꺼도 될 것 같아. 라고 생각한 바로 다음 주 영하의 날씨를 만나면서 '가을'은 기억에서조차 지워졌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계절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봄과 가을은 극단적인 우리나라의 두 날씨의 완충재 정도로 짧게 존재한..
2023.11.04 -
오늘의 일기 - 9월에 첫눈 내린 캐나다 캘거리를 그리다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2년간 다녀왔다. 캐나다의 학사 일정에 맞춰 9월에 입국했고, 입국한 바로 다음 주에 첫눈이 내렸다. 그렇다. 내가 있었던 곳은 캐나다에서도 비교적 추웠던 캘거리였다. 88년 우리나라 서울에서 하계 올림픽을 하던 그해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캐나다의 대표적인 눈 많이 내리는 동네가 내가 머물렀던 곳이다. '9월에 첫눈이라니… 대박 신기하다.'라고 안심하면 안 되는 곳이었는데, 당시 캘거리에 막 도착한 난 몰랐다. 캘거리도 사계절이 구별된다고 말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사계절과는 조금 다른 사계절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12월부터 2월 사이가 가장 추운 '겨울'이다. 겨울엔 영하 30도 아래로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엄청난 곳이다. 그리고 3월부터 5월까지는 가끔 눈이 내리지만 날씨가 조금씩..
2023.09.05 -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저녁 뉴스에서 어린이 관련 기사가 나오면 TV를 잠시 꺼야 하나 고민한다. 대게 그렇듯 어린이에게 좋은 기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피해자로 나오는 뉴스를 볼 때면 이 세계가 어린이들에게 충분히 친절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2023년은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을 지정한 지 101년이 되는 해이고, 어린이해방선언을 발표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100년 전 그 어른들이 보기에, 2023년의 어린이는 존중받고 있을까? 어린이가 아니었던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린 시절을 잊어버리고,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는 방법을 잊어버린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작가는 독서 교실을 하면서 만나는 작은 의뢰인(어린이)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 한권에 꼭꼭 눌러 담았다. 이 책에 어린이들..
2023.05.02 -
사이보그가 되다 - 김초엽 X 김원영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이 책은 김초엽 작가의 이름만 보고 SF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바로 직전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재미있게 읽었고, 제목에 '사이보그'가 들어가 있으니 그렇게 생각한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암튼 재미있는 SF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어 든 이 책은 책 두께보다 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었다. 그렇다. 제목의 '사이보그'는 기계 장치와 유기적으로 결합한 '장애인'을 의미하고 있었다. 책 서문에서 김원영 작가가 이 부분을 잘 설명하고 있다. 사이보그 cyborg는 기계와 결합한 유기체를 일컫는 용어이지만 현대의 첨단 기술문명이 낳은 새로운 존재의 상징처럼 쓰인다. 김초엽은 보청기를 착용하고 김원영은 휠체어를 타며 생활하듯, 우리는 기계와 결합한 유..
2023.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