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막힌 길, 그리고 돌아서다
끝이 보이는 길을 걸었다. 저 멀리, 길의 끝이 막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알면서도 걸었던 이유는 단 하나, 그 길 위에 피어 있는 작은 즐거움들 때문이었다. 낯선 벽돌집의 창문 틈으로 흘러나오던 따스한 빛, 바람에 흔들리는 오래된 나무의 잎사귀들, 그리고 골목의 고요 속에서 느껴지던 내 숨소리. 그 모든 것이 내 발걸음을 앞으로 재촉했다. 그러나 막다른 골목에 닿은 순간, 현실은 한 줄기 벽처럼 서 있었다. 끝을 직면해야만 했다. 그래도 혹시, 아주 작은 틈이라도 있을까 싶어 한참을 서성였다. 벽돌과 돌 틈새를 살피고, 골목 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결국, 더는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짓눌렀다. 발끝에서 퍼져나가는 힘없는 무게감, 가슴속까지 퍼지는 막막함. 그 순간..
2024.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