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6. 22:39ㆍDIARY
주말엔 카페에 책을 읽으러 간다. 출퇴근 길에 쪼개서 읽을 수 없고 긴 호흡에 읽어야 하는 책들을 읽어야 할 때 집에서 가까운 카페로 간다. 책을 읽으러 카페로 갈까?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를 시작하면 어느새 뚠뚠한 보부상 가방이 어깨에 걸쳐져 있다.
가방에는 당연히 읽어야 할 책 A가 들어있다. 그리고 혹시 읽다가 지겹거나, 카페가 너무 시끄러워 집중하기 어려울 때를 대비해서 가벼운 책 B도 함께 따라간다. 가장 기본이 되는 준비물이다. 그리고 책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표시하기 위해 포스트잇에서 만든 작은 플래그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 진짜 중요한 내용을 메모하기 위해서 독서 노트와 볼펜도 빠뜨릴 순 없다. 이 정도면 기본 독서 아이템 준비가 끝이 난다.
2–3년 전부터 집 앞 카페에 갈 때는 항상 텀블러도 챙기고 있다. 환경도 생각하고, 개인 컵 이용으로 커피를 할인된 가격에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텀블러는 큰 용량의 음료를 담을 수 있게 500ml 정도가 좋다. 먼지가 들어가는 걸 방지할 수 있는 뚜껑까지 달린 녀석을 선호한다. 따뜻한 음료용 텀블러를 준비하는데, 좋아하는 따뜻한 라떼를 식지 않게 해주는 것도 이유지만, 음료 잔량이 훤히 보이는 찬 음료용 투명 텀블러론 음료를 다 마시고 빈 컵으로 마시는 척 버티기가 힘든 것도 다른 이유다.
센스 있는 카페에서는 노랫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는 정도로 밝고 편안한 음악 위주로 플레이리스트를 관리한다. 책을 읽을 때 거슬리지 않고, 음악 소리에 맞춰 사람들 대화 소리도 음악 소리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헤드폰과 독서용 음악 플레이리스트도 챙기면 좋다. 마지막으로 교체 주기를 아주 오래전에 넘겨버린 휴대폰을 위해서 여분의 보조 배터리까지 챙기면 드디어 카페에서 책 읽기 위한 보부상 가방을 완성할 수 있다.
항상 시작은 읽어야 할 책 한 권이었다. 거기에 텀블러 하나면 될 것 같은데… 하나하나 가방에 넣다 보면 걱정의 크기만큼 커져 버린 가방을 만나게 된다. 가방의 크기는 걱정의 크기라는 말은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