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문 - 김상욱, 심채경
2026. 1. 11. 09:13ㆍBOOK
이 책은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님과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행상탐사센터장님 두 분이 일상의 주제로 과학을 이야기하고, 과학을 주제로 일상을 이야기하는 편지 형식의 에세이를 묶어 놓은 책이다. 읽는 내내 나는 두 사람의 편지를 숨은참조로 조용히 받아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TV를 통해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알쓸신잡을 재미있게 시청했던 사람, 그중에서도 두 과학자의 주제를 벗어날 듯하면서도 사람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즐겼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깜빡이 소리를 좋아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깜빡이 꺼지는 소리를 좋아합니다. 엉뚱한 차선에 잘못 들어갔거나 핸들을 잘못 돌려 황급히 꺼지는 깜빡이 말고, 차가 부드럽고 완만하게 회전하는 동안 끈기 있게 천천히 똑 딱 똑 딱 소리를 내며 기다리다가 마침내 방향 전환을 완수하고 핸들이 제자리로 돌아올 때 꺼지는 깜빡이 소리를요. 차가 나지막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습니다. 호들갑을 떨거나 과하게 추켜올리지는 않지만 사소한 임무라도 완수해낸 것을 무시하지도 않는 알맞게 정확한 소리. 잘했어.
P.74 방향지시등, 심채경.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변하는 세상에 대비하기는커녕 적응하기도 힘듭니다. 이번에 또 어떤 새로운 인공지능이 나왔다고 하는데, 일일이 알아보고 따라가기도 벅찹니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다가 나만 뒤처져서 도태될까 두렵죠. 빠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이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제와 만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방법이나 해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거죠. 바로 이 지점에서 창의성 담론이 등장합니다. 변화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데는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하는 능력, 즉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P. 80 창의성은 노가다에서 나온다, 김상욱.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아직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렇다면 자신이 게으르다고 걱정하는 것은 아직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자신을 죄책감에 빠뜨리는 자기학대일지 모릅니다. '나는 왜 게으를까?' 생각하기보다 '내가 게으르게 행동하는 걸 보니 아직 여유가 있구나'라고 생각해보자는 거죠. 완전히 자포자기한 사람은 게으름을 걱정하지도 않을 테니까요.
자신이 게을러서 고민이라고요? 아직 여유가 있으니 지금 시작하면 됩니다.
P. 149 무엇이든 물어보는 것에 대해 물어보다, 김상욱.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취약함을 드러내고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방법입니다.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려는 본능적인 시도일 수도, 성장으로 향하는 용감한 발걸음일 수도 있습니다. 과학자에게는 기존의 체계에 도전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하는 순간입니다.
P. 158 제자리걸음도 걸음은 걸음이다, 심채경.
손으로 만지면 물리적 흔적이 남습니다. 그래서 김소연 시인은 『마음사전』에서 “손만이 할 수 있는 가장 어여쁜 역할은 누군가를 어루만지는 것이다"라고 했는지 모릅니다. 상대를 어루만지면 나의 체온과 감정을 전달할 뿐 아니라 물리적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니까요. 인간은 알 수 없지만 우주는 알 수 있는 흔적을 말이죠.
P. 211 미신, 습관, 흔적, 김상욱.
"새해에는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선택의 대운이 있으니 어느 쪽을 선택하든 옳은 선택입니다."
P. 214 어느 쪽이든 옳은 선택입니다, 심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