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10. 23:02ㆍDIARY
작업물에 미련을 두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회사를 옮길 때, 컴퓨터를 바꿀 때 기본적인 파일만 백업하고, 개인적으로는 파일을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 제안 문서나 캠페인 프로젝트 문서도 꼭 필요한 내용이 아니라면 굳이 저장해두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한 프로젝트의 제안을 준비하다 예전에 아주 고생하면서 만들었던 기획 문서 하나가 생각났다. 당시 자주 이용하던 외장 하드(HDD)에 들어있지 않을까 해서,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어렵게(?) 외장 하드를 찾았다. 문제는 당시 이용하던 외장 하드가 쓰는 커텍터랑 요즘 쓰는 외장 하드의 커넥터가 완전히 다른 인터페이스다. 비슷한 케이블을 찾았지만, 선이 길어서 충분히 전력을 받지 못하는지,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방치한 탓에 외장 하드가 망가진 것인지 확인이 어렵다. 사실 그 파일의 내용은 다 알고 있어서 꼭 그 파일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외장 하드에 접속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갑갑해졌다. 이 외장하드를 열어서 그 파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고 싶다.
이런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후배(그래,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그 후배가 너가 맞다! 도와줘. ㅜ.ㅜ)가 생각났다. 그 녀석이면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주지 않을까? 500GB 2개의 외장 하드의 파일을 1TB 신형 외장 하드로 옮겨 줄 수 있을지 물어봐야겠다. 아… 이런 문제는 왜 연락이 어려운 저녁에만 생기는 거지?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작업물 파일에 연연하지 않게 된 이유도, 백업으로 저장해 둔 파일에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였던 것 같다. 아주 옛날에 파일을 백업 해 두었던 CD-ROM, 그 이전에 5.25”, 3.5” 디스켓, 그 보다 전에는 테이프 레코드(Yep. I’m this old.)까지… 사실 백업 파일을 다시 열어 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열어보지도 않을 파일을 넣어두느라 외장 하드도 얼마나 여러 개를 샀던지. 생각해 보면 백업용 외장 하드는 도토리를 여기저기 보관해 두고 잊어버리는 다람쥐와 비슷한 심리적 만족감을 위한 장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