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콘텐츠 마케터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2023. 12. 13. 23:45DIARY

몇 달에 걸쳐 팸플릿을 제작하는 업무를 마무리했다. 해외 12개국에서 근무하는 지사에 통일된 형태로 자료를 요청하고, 수급 받은 자료를 확인하고 정리해서 각 지사의 사업 성과를 인쇄용 팸플릿으로 제작하는 업무였다. 요청한 자료가 한 번에 올 리도 없고, 시간대가 각각 다른 여러 개 해외 사무소의 담당자와 커뮤니케이션 하느라 자료 수급에 필요한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렇게 수급한 자료를 정리하고 확인 받은 다음 디자이너와 어떻게 지면을 배치할지 논의하고 디자인 초안을 만들어 냈다. 각 지사에서 보낸 자료로 만들어진 팸플릿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내용에 수정이 필요했다. (애초에 잘 정리된 자료를 주지. 나한테 왜 그랬어요?) 그렇게 수정한 내용을 출력해서 하나하나 확인하고, 내일 최종 결과물을 제출할 예정이다.

 

사실 난 오프라인 인쇄용 팸플릿을 기획해 본 경험이 없었다. 각 지사에서 자료를 정리하는 동안, 자료를 어떻게 정리하고, 디자이너와 작업해서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낼 지 자료를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작업물을 벤치마킹했다. 지금까지 모니터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화면에 출력되는 콘텐츠를 제작해 왔지만, 오프라인으로 출력되는 결과물은 제작 과정이 또 달랐다. 그래도 크리에이티브 본부장님과 이렇게 저렇게 쿵작쿵작하면서 마지막 수정 작업까지 잘 진행할 수 있었다.

 

기업 웹사이트에 올라갈 콘텐츠를 정리하는 작업으로 시작된 '콘텐츠 마케터'로서 내 직업은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을 거쳐서 확장되었고,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뜰 때 나도 같이 영상과 숏폼 콘텐츠를 고민했다. 소셜 미디어의 성장기가 끝나는 시점에서는 뉴스룸을 기획하고 기업의 특성에 맞는 뉴스룸 콘텐츠를 만들었다. 어떤 때는 기획자로, 상황에 따라서는 커뮤니케이터로 또 어느 시점에선 디자이너로 내 업무 스펙을 바꿔왔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나의 업무 커리어 패스를 좋아한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고, 여전히 부족한 콘텐츠 마케터라서 참 다행이다.

 

오늘의 일기 - 콘텐츠 마케터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사진: Unsplash 의 ConvertKit

 

아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라는 책에서 읽은 내용인데, 디자이너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내 생각엔 콘텐츠 마케터 역시 콘텐츠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입장에서 아래에 설명한 디자이너와 같이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디자이너 하라 켄야Hara Kenya는 20년 넘게 디자이너로 일하다 보니 디자이너는 표현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가 아니라 '디자인이라는 개념에 종사해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통해서 예술을 다루는 디자이너가 될 때도 있고, 아트디렉터로 살기도 하고, 때로는 논리 분석가처럼 엔지니어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경우도 생긴다. 일상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곧바로 일과 업무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직업군이기 때문에 한 가지만 고집하는 사람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껴안을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이자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하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차재국, P. 317, 길벗,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