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네이버 블로그 아닌 공공기관 블로그를 만나고 싶다

2023. 11. 15. 22:20DIARY

네이버 공식블로그 페이지를 보면 네이버에서 인증한 공공기관 블로그가 1,425개 등록되어 있다. 일단 숫자에 놀랐다. 천 개가 넘는 공공기관 블로그가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놀랐고, 이렇게 많은 공공기관 블로그가 다른 플랫폼이 아닌 네이버 블로그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블로그 서비스란 게 운영하는 서비스 기업 입장에선 크게 돈 될 구석이 없고, 지속적으로 서버의 용량만 증가하는 돈 먹는 하마 같은 존재라 운영이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블로그 서비스 폭이 매우 좁은 게 사실이다. 그래도 하나같이 네이버 블로그를 쓰는 건 공공기관의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는 사용자 입장에선 참 재미없는 게 사실이다.

 

네이버 공식블로그에 소개된 공공기관 블로그
네이버 공식블로그에 소개된 공공기관 블로그

 

공공기관의 블로그를 살펴볼까?

일단 공공기관임을 알려주는 특별한 장치는 없다. 이건 네이버 블로그 특성상 다른 블로그와 차별점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상단 이미지 영역이 전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근데, 이 네이버 블로그의 상단 이미지 영역은 네이버 검색으로 접근해도 보이지 않는 영역이고, 모바일에서는 볼 수도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 제약이 있더라도 이 영역 잘만 활용한다면 기관의 성격을 보여주는 영역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하나같이 기관의 이름이나 슬로건에 배경으로 계절감이 느껴지는 친근해 보이는 일러스트 이미지를 쓰고 있다. 네이버 투명 위젯이란 꼼수를 이용해 블로그 카테고리나 기관에서 운영 중인 인스타그램, 유튜브, 누리집(공공기관에선 홈페이지를 꼭 이렇게 부르더라.)으로 바로 갈 수 있는 배너 아이콘들이 배경 이미지와 동떨어진 스타일로 올라가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진 공공기관의 꽉 막힌 공문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네이버 블로그의 한계

애초에 네이버 블로그의 한계가 여기까지다. 상단에 배경 이미지 하나 넣고, 좌우 여백에 배경 이미지 하나 깔 수 있는 게 전부다. 그 외 글이 들어간 프레임을 네이버가 제한하는 몇 가지 스타일 내에서 고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테고리 바로 가는 버튼도, 외부 소셜 미디어로 링크를 걸 수도 없는 너무 심플한 구조다. 이런 네이버 블로그에 자리를 틀려고 하니 다른 기관의 블로그와 다른 스타일의 블로그를 만드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왜 기관들은 네이버 블로그를 쓰게 되었을까?

앞에서 말한 것처럼 블로그 서비스가 다양하지 못해서 선택지가 적지만,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워드프레스로 만든다면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운영할 수 없는 다양한 스타일로 블로그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워드프레스로 블로그를 운영하려면 비용이 들어야 한다. 서버를 직접 운영해야 하고, 관리를 위해서도 비용을 더 써야 한다. 예산이 문제인가? 그렇다면, 우리에겐 티스토리란 대안도 있다. Kakao에서 무료로 운영하고 있고, 2차 도메인을 지원해 공공기관 누리집 도메인을 활용해서 blog.기관도메인.kr 처럼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블로그를 만들 수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스타일과 개발이 가능한 데 그냥 안 하는 거다. 대통령실에서는 절대로 블로그를 개설하지 않겠지만, 만약 필요에 의해서 블로그를 시작한다면 네이버 블로그로 하겠지.

 

사진: Unsplash 의 Jeff Sheldon

 

네이버 블로그를 벗어난 공공기관 블로그를 만나고 싶다. 아주 오랫동안 공공기관의 역사와 뉴스를 담고 있는 블로그를 만나고 싶다. 누구나 쉽게 정보를 검색하고, 카테고리별로 새로 업데이트되는 내용을 RSS 피드나 뉴스레터 등으로 쉽게 구독할 수 있는 그런 블로그 말이다. 네이버 블로그가 있는 동안은 어려운 일인가?

 

운영자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네이버 블로그를 쓰지 말아야 할 이유가 250배는 더 많지만, 오늘 일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