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1. 4. 23:19ㆍDIARY
교과서에 나타난 우리나라에 대한 소개는 항상 이렇게 시작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성 기후의 특징을 지니고…"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교과서에 적혀있었던 이 내용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는 걸. 다들 기억하지 않는가. 이제 겨울 코트를 벗어도 되는 건가? 눈치를 보는 사이에 이름만큼 짧은 '봄'은 지나갔고, 여름 반소매를 꺼내 입어야 했던 지난 봄. 시계를 더 뒤로 돌려 지난 여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지 않은가. 이제 아침저녁으로 바람도 시원해지고, 사무실엔 에어컨을 꺼도 될 것 같아. 라고 생각한 바로 다음 주 영하의 날씨를 만나면서 '가을'은 기억에서조차 지워졌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계절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봄과 가을은 극단적인 우리나라의 두 날씨의 완충재 정도로 짧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다. 교과서의 내용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아니 늦어도 한 참 늦었다.
하지만 올해의 가을은 좀 다른 것 같다. 얼마 전 기상 관측 이래 최고로 더운 11월을 보내고 있다는 뉴스에서도 그랬지만, 오늘 날씨도 그날 못지않게 푸근했다. 해가 진 저녁 집 주변 산책을 나가면서도 짧은 반바지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을 저녁의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가을다운 가을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덥지도, 그렇다고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요즘의 가을을 11월 말까지 좀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내일 비 소식이 있다. 내일 비가 서둘러 겨울을 불러오는 불청객이 아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