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19. 22:53ㆍDIARY
늘 그렇듯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니터를 보고 있어도 답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회사 주변을 산책한다. 주로 점심을 먹고 남는 여유 시간을 이용해서 가로수길을 걷는다. 점심 식사 후 여유 시간을 이용한 산책은 예전부터 즐기긴 했는데 신사동, 가로수길 쪽은 이전의 산책과는 매우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 산책할 때 지나치는 사람들부터 다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 전부 가로수길로 몰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출근 시간, 점심시간, 퇴근 시간 가리지 않고 항상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 중국어도 들리고, 일본어도 자주 들린다. 영어는 기본으로 들리고,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는 외국어들도 들린다. 주변을 둘러보면 별거 없는 가로수길에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외국인들이 보인다. 그래, 우리에겐 일상일지 몰라도 여행객들에겐 여행지의 독특한 풍경이니까.
이전에 서울 시청, 성북동 쪽에 회사를 다닐 땐 산책로 주변에 자연 풍경이 많아서 좋았다. 삼성동, 가산 쪽으로 회사를 다닐 땐 구획으로 넓게 잘 정비된 인도가 있어서 산책하기 좋았다. (물론 주변에 잘 정비된 도로엔 차들도 많았다) 근데, 가로수길은 인도도 좁고, 주변에 공원도 없어서 걷다 보면 보이는 게 상점과 상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전부다. 그래도 계절에 따라 사람들 옷차림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지난주까지 있었던 옷 가게가 문을 닫고, 새로 오픈한 식당 홍보 포스터가 오늘 새롭게 붙는 빠른 속도도 놀랍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이 지나쳐 가지만 하나같이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그런 무심함도 나쁘지 않다. 성수동만큼은 아니어도 여기저기 부지불식간에 들어서는 팝업 스토어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제는 람보르기니 60주년 팝업 스토어도 만날 수 있었다.
가로수길에서 모퉁이를 돌아서 한 블록씩만 꺽어들어 와도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다. 그래서 골목길을 걸을 땐 항상 주변 자동차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그 좁아터진 골목으로 굳이 들어오는 사람들은 성격도 하나같이 급해서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 앞을 막는 걸 기다려 줄리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점심 먹고 가로수길 여기저기를 발로 밟아본다. 어제랑 또 달라진 새로운 상점도 새로운 팝업 스토어도 또 새로운 여행객들도 만날 수 있으니까. 아주 가끔은 방송 촬영 중인 연예인을 만나기도 하니까. 오늘은 또 어느 길을 걸어볼까? 가로수길, 세로수길, 나로수길, 다로수길… (이런 작명 개인적으론 참 싫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