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도우리
2023. 3. 13. 19:38ㆍBOOK
주변에 도파민 중독 요소가 넘쳐난다. 그리고 그런 유혹에 매우 약한 사람이 바로 나.
SNS, 스마트폰, TV, 맥주... 이런 사회 현상을 잘 정리해 둔 한 권의 책. 재미있는 표현이 많아서 책에 꽤 많은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읽었다.
- 지은이 : 도우리
- 제목 :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출판사 : 한겨레출판
- 출판 연도 : 2022. 10.
- 페이지 : 총 232면
읽으면서 특히 재미있었던 일부분을 가져와 본다.
진짜 커피와 가짜 커피
나는 커피 애호가인데, 마시는 대부분은 가짜 커피다. 트위터 밈에 따르면 가짜 커피란 살기 위해 포션처럼 마시는 커피이고, 진짜 커피란 날씨 좋은 날 회사나 학교가 아닌 진짜 카페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오로지 커피와 디저트를 먹을 대만 존재하는 커피를 말한다. 가짜 커피의 대표 격으로 링거처럼 수혈하듯 마시는 1리터짜리 대용량 아메리카노, 카페인 성분을 거의 제거한 디카페인 커피가 있다. 특히 디카페인 커피는 주로 저녁에 일 할 때 찾는 음료인데, 카페인의 각성 작용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디카페인 커피의 복용법은 ‘원효대사 해골물’ 기법이다. 마시는 순간마다 이 검은색 탄 맛 물은 진짜 커피일 따름이라고 세뇌하면 된다.
P. 24
앤 헬렌 피터슨의 <요즘 애들>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나는 토요일 아침마다 긴 시간 달리기를 하는 이유가 내가 달리기를 좋아해서인지, 아니면 달리기가 내 몸을 단련시킬 생산적인 방법이어서인지 헷갈린다. 내가 소설을 읽는 건 소설 읽기를 좋아해서일까, 아니면 소설을 읽었다고 말하기 위해서일까?’
P. 26
스타벅스가 카페라는 이름의 공유 오피스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마감을 앞둔 주간이면 아침에 스타벅스로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는데, 그때 끼니를 모두 스타벅스 샌드위치로 때웠다(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시 카페에 가기엔 또 음료를 사는 비용이 부담됐다.)
P. 45
도시 노동자 라이프스타일의 가장 큰 특징은 ‘점심시간 = 1시간’이다. 왜 1시간 밖에 안될까? 식당까지 걸어가고,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고, 식사를 하고, 계산하고, 화장실도 들르고, 테이크아웃 커피를 주문하고, 또 기다리고, 음료를 받고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산책으로 겸해도 너무 빠듯한 시간이다(그래서 점심을 같이 먹을 때 ‘천천히 꼭꼭 씹어먹느라’ 식사 시간이 30분을 넘는 동료는 민폐가 된다). 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나갈 만큼 떨어져 있는 식당에 가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니, 점심시간 1시간은 언제든지 유사시 부를 수 있도록 직장 근처에만 묶어두는 시간이기도 한 셈이다.
P.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