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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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 월출산 국화축제를 할머니와 함께...
멀리 강진에 계신 할머니를 1년 만에 찾아뵈었다. 우리를 스쳐 간 1년은 할머니에게도 똑같이 스쳐 갔지만, 할머니에게 1년은 더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1년 사이 할머니의 기억력은 조금 더 희미해지신 것 같고, 할머니의 주름도 조금 더 깊어져 있었다. 여전히 유쾌하고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칭찬하는 할머니의 특기는 97세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할머니를 모시고 월출산 국화축제를 다녀왔다.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행사장까지 가시면서도 "세상 참 좋다", "이렇게 좋은 볼거리를 너희들 덕분에 보게 되었다", "정말 꿈꾸는 것 같다"를 연발하셨다. 사실 작년에 뵈었을 때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월출산 국화축제에서는 휠체어를 대여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꽃길 사이로 안내해 드렸다. 지나가는 꽃들을..
2023.11.11 -
오늘의 일기 - 할머니를 뵙고 와서
연휴에 부모님을 뵈러 갔다가 가까이에 살고 계신 할머니도 뵙고 왔다. 아흔이 훨씬 넘은 할머니는 거동도 불편하시고, 눈도 잘 보이지 않으신다. 지난해까지는 아프신 와중에도 뛰어난 기억력과 또렷한 정신으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불편 없이 하셨던 분이시다. 그런데 지난해 침대에서 넘어지면서 거동이 더 불편해지면서 인지력도 많이 떨어지셨다. 매일 보는 어머니도 가끔 알아보지 못하시는 정도로 나빠지셨다. 상실과 소멸이 우리를 일으켜 준다 - 죽음에 대하여 죽음이 하나의 지점이 아니라 과정임을 이해한 건 그때였다. 삶이 끝나고 죽음이 오는 것이 아니라, 매우 길고도 지루한 시간 동안 삶 위로 죽음이 쌓이고 중첩되어 무르익어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P. 204,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웨일북, 채사장, 2017...
2023.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