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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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너다
여의도에서 행사가 있었다. 행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면 퇴근 시간이 될 것 같아서, 여의도에서 함께 참석했던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각자 집으로 퇴근하기로 했다. 한때는 광고주 미팅으로 매주 왔던 여의도였는데, 몇 년 만에 다시 왔더니, 못 보던 건물이 여럿 올라가 있었다. 지난주 유난했던 한파도 지나가고 날도 그리 춥지 않아서 여의나루역까지 걸었다. 오랜만에 여의도 공원을 걸으며, 아주 오래전에 자전거를 달리던 때가 생각나기도 했고, LG 트윈빌딩과 63빌딩을 보면서 처음 여의도를 찾았던 때를 생각하기도 했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지하철을 탔다면, 자리에 앉아서 집에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오랜만에 한강을 보면서 강바람을 쐬다 보니,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지하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졌다. 그래서..
2024.01.29 -
오늘의 일기 - 겨울이 오는 소리
논현역에서 지하철을 내려서 언덕길을 내려가면, 한강에 가까운 신사역 사거리를 지나게 된다. 여름엔 한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이렇게 세게 부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냥 시원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아침 출근길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그 바람이 왜 그렇게 차갑고 강하게 부는지. 신사역을 지날 때마다 참 매정한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겨울이 오는 길목에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인지, 신사역 주변 나무들은 잎이 많이 떨어졌고, 여름내 가려져 있던 하늘이 앙상한 가지 사이로 조금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떨어진 낙엽들은 부지런한 환경미화원들 덕분에 많지 않지만, 지나간 뒤에 남겨진 낙엽들은 특유의 소리가 있다. 바스락까지는 아니고, 약간 부스럭정도. 부스럭 부스럭 소리를 내는 낙엽들을 밟다 보면 겨울..
2023.11.21 -
오늘의 일기 - 한강 야경을 보면서 퇴근합니다
대학을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나 서울에 올라왔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에 기차를 타고 올라올 때마다 푸근하게 맞이해 주는 풍경이 있었는데, 한강이었다. 고향을 출발한 열차는 논밭을 지나고 산을 지나고, 터널을 뚫고 어느새 높은 빌딩 빽빽한 서울에 들어온다. 열차가 영등포역을 지나면 사람들이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종점이 가까워져 내릴 준비를 하는 것이다. 딱 그때 주변에 색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빌딩으로, 차음벽으로 막혀있던 서울의 풍경이 확 넓어지는 곳, 열차는 한강을 지나고 있었다. 그렇게 매번 고향 집을 다녀올 때 만나는 한강은 제2의 고향인 서울을 더욱 반갑게 느끼게 해주는 그런 풍경이었다. 지금도 강북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고 있어서 아침저녁으로 한강을 만나고 있다. 아침엔 붐비는 지하철..
202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