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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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 무너지는 기숙사를 탈출하며...
방금 내려놓은 가방을 찾을 수가 없다. 분명히 기숙사 방으로 들어와 내려놓은 것 같은데. 가방엔 끝내지 못한 과제가 담긴 맥북과 아이폰이 들어있는데.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가 없다. 급하게 가방을 찾고 있는 이유는 지금 기숙사 건물이 큰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있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서 가방을 찾아서 이 건물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가방을 찾을 수가 없다. 기숙사 방에 들어오기 전에 들렀던 화장실도 가봤지만 내 가방은 없었고, 무너지는 건물의 잔해에 머리를 부딪혀 흘리는 피를 닦고 있는 기숙사 친구들이 보였다. 어서 건물을 빠져나가자는 친구의 만류를 뿌리치고, 가방을 찾으러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사이 붕괴하는 기숙사 건물에서 탈출한 한 녀석을 풍등을 하늘에..
2024.01.13 -
오늘의 일기 - 2023년에도 인간들은 여전히...
자연재해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지금까지 뒤돌아보지도 않고 망가뜨린 지구의 보복을 그대로 받아내야만 한다. 지구를 뜨겁게 만든 죄로 뜨거운 여름과 극한의 겨울을 견뎌내야 한다. 뜨거워진 지구가 뱉어내는 화산과 지진을 오롯이 견뎌내야만 한다. 멈출 수 있는 골든 타임은 이미 놓쳤고,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할 뿐이다. 2023년에도 인간들은 여전히 승자 없는 힘겨루기를 끝낼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핑곗거리를 만들어 무력으로 누르고, 또 그 무력에 대해 방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무력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런 인간들에게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후대에 어떤 역사를 남겨줄 수 있을까? 기대할 수도 없고, 남겨지지도 않을 우리의 미래를 생각한다.
202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