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2)
-
오늘의 일기 - 백년손님 사위에게 내놓는 씨암탉의 진짜 의미
지난 추석 연휴에 시집간 동생이 제부랑 놀러 온다고 해서 집안은 온통 비상사태였다. 오랜만에 오는 손님이라 욕실 청소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이것저것 준비했다. 아침부터 후식으로 먹을 카스텔라도 만들고 잘 재워놓은 갈비와 시원한 묵밥으로 그럴듯한 손님상을 준비했다. 결혼하고 우리 집엔 처음 오는 제부에게도 그랬지만, 오랜만에 보는 동생도 잘 먹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사위를 위해 씨암탉을 잡는 장인, 장모의 마음이 이랬을까? 씨암탉은 계란을 낳고, 병아리를 키어낼 수 있는 닭으로 예전엔 집안의 큰 재산이었을 것이다. 이런 씨암탉을 백년 손님인 사위를 위해 잡는다는 건 그만큼 귀한 손님이라 잘 대접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런 마음이 아닐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이렇게 ..
2023.10.05 -
오늘의 일기 - 할머니를 뵙고 와서
연휴에 부모님을 뵈러 갔다가 가까이에 살고 계신 할머니도 뵙고 왔다. 아흔이 훨씬 넘은 할머니는 거동도 불편하시고, 눈도 잘 보이지 않으신다. 지난해까지는 아프신 와중에도 뛰어난 기억력과 또렷한 정신으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불편 없이 하셨던 분이시다. 그런데 지난해 침대에서 넘어지면서 거동이 더 불편해지면서 인지력도 많이 떨어지셨다. 매일 보는 어머니도 가끔 알아보지 못하시는 정도로 나빠지셨다. 상실과 소멸이 우리를 일으켜 준다 - 죽음에 대하여 죽음이 하나의 지점이 아니라 과정임을 이해한 건 그때였다. 삶이 끝나고 죽음이 오는 것이 아니라, 매우 길고도 지루한 시간 동안 삶 위로 죽음이 쌓이고 중첩되어 무르익어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P. 204,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웨일북, 채사장, 2017...
2023.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