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 - 장류진
2023. 8. 29. 21:43ㆍBOOK
장류진은 잃어버렸던 소설의 재미를 내게 다시 알려준 작가다. 그래서 장편 소설은 물론 여기저기 소개되는 단편들도 찾아서 읽을 정도로 장류진 작가는 나의 관심 작가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이번에 출간한 소설집 [연수]에도 이미 읽었던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이라 아껴서 다시 읽고 있다.
소설집에 포함된 소설 중 '공모'에서 눈길을 끄는 구절이 있었다. 주인공이 추천받은 인재를 면접하고 나서 그 인재에 대한 기대를 적은 부분인데, 한 마디로 '일잘:일머리가 있어서 일을 아주 잘하는 사람'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부분이다. 읽으면서 나도 이런 후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든 생각. ❛과연 난 한 번이라도 선배들에게 이런 일잘 후배였을까?❜ ㅎㅎㅎ
- 지은이 : 장류진
- 제목 : 연수
- 출판사 : 창비
- 출판 연도 : 2023. 06.
- 페이지 : 총 335면
공모
벌써 눈에 선했다.
이 아이는 자기가 신입이라 모르는 게 많다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모르는 게 있으면 자기가 찾을 수 있는 선에서 찾아본 다음, 자기가 알아낸 것이 맞는지를 확인받을 것이다. 찾아도 나오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할 것이다. 동시에 가르쳐달라고 할 것이다. 가르쳐주면 한번에 알아듣고 비슷한 건에 대해서는 응용해서 적용할 것이다. 물론 필요한 사람들의 확인을 구두와 서면으로 모두 받은 다음 진행할 것이다. 절대 자의로는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문장을 잘 쓸 것이다. 누가 읽어도 말하려는 바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메일과 문서를 쓸 것이다. 누가 읽어도 말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는 한심한 글은 자신의 문장으로 재구성해 누가 봐도 명확한 글로 다시 바꾸어놓을 것이다. 누가 누구의 위에 혹은 아래에 있는지를 늘 유의하고 정보가 오가는 순서를 배열할 것이다. 효율적으로 일할 것이다. 한번에 할 수 있는 일을 두번에 거쳐 하고 있는 게 있다면 과정의 비효율을 내게 건의할 것이다. 그걸 단축시키고 남은 시간에 새로운 일을 찾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도 되는지 확인받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시장의 흐름을 젊은 시각에서 읽고 내게 귀띔해 나를 놀라게 만들 것이다.
P. 142 - 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