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 김영하
2023. 8. 21. 22:35ㆍBOOK
머리가 굵어지기 시작하고 계속 생각했던 건 '나라는 존재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그 마지막 순간을 지나고 나면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내 생각을 감싸고 있는 육체가 없어지면 내가 느끼는 나는 없어지는가? 등의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들을 김영하 작가님은 이 소설책 한 권으로 정리를 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소설가다. 역시 김영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인공지능을 이용해 콘텐츠 아이디어도 내고, 간단한 이미지나 사운드를 생성하면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야 할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김영하 작가의 이 책이 그 생각들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그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언제가 될지 모르는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위해서 우리는 작별인사를 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나에게 어울리는 방법으로…
- 지은이 : 김영하
- 제목 : 작별인사
- 출판사 : 복복서가
- 출판 연도 : 2022. 05.
- 페이지 : 총 305면
❝인간들이 애초에 막아놓은 이유가 있어. 인간의 뇌도 경험한 모든 것을 기억한다고 해. 하지만 책이 너무 많이 쌓인 곳에서는 특정한 책을 찾기 어렵듯이 모든 기억이 다 살아 있다면 필요한 기억을 제때 찾을 수가 없잖아? 그래서 쓸데없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기억들은 거의 잊힌 상태로 보관되고 있어. 기억력뿐 아니라 연상 능력, 감각 능력, 집중력 같은 것도 너무 발달하지 않도록 인간의 뇌가 제어해.❞
❝왜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거든. 사회생활도 어렵고…… 예를 들어 자폐증이 있는 인간 아이 중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경우가 많아. 놀라운 집중력도 특징이고, 아무도 그러지 못하는 그림을 반복적으로 집요하게 그려 특이한 아름다움을 창조한다거나 도박판에서 카드를 모두 기억한다거나 하는 능력인데, 이런 특별한 능력이 발휘되는 대신 사회성은 떨어지게 돼. 인간들이 천재나 신동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을 봐. 능력들 사이에 균형에 문제가 있거든.❞
P. 81 -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