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책 읽기

2023. 6. 21. 23:02DIARY

출퇴근 시간은 책 읽기 좋은 시간이다. 그렇게 믿고, 그렇게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출퇴근 시간 독서에 관한 나의 그 생각에 반론을 제기한다.

 

지하철은 외부 온도에 반비례해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게 잘 관리가 되고 있다. 또, 버스나 택시와 비교해서 흔들림이 없어 책을 읽어도 눈에 부담이 적다. 그리고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서울 도심으로 출근하고, 적어도 30분 이상 지하철을 환승 없이 탈 수 있다면 책을 읽기에 꽤 괜찮은 조건은 맞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지하철은 책 읽기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장소이기도 하다. 그 이유를 몇 가지 꼽아보려고 한다. 우선 출근 시간. 다들 수면이 부족한 지 지하철에 앉으면 상모를 돌리느라 바쁘다. 옆에서 상모 돌리는 사람을 목격하면 상모에 부딪히지 않도록 신경 쓰느라 책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다. 아니면 상모 돌리는 옆 사람에 페어링 되어서 같이 상모 돌리는 사람이 되느라 책에 시선을 둘 수가 없다. 그뿐인가. 출근 시간은 대략 비슷하게 맞춰져 있고, 다들 비슷한 시간에 지하철을 타고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지하철역에서 내리느라 지하철이 몹시 혼잡하다. 혼잡한 지하철에서 사람들에 밀리다 보면 책 읽기는 고사하고, 살아서 원하는 지하철역에 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퇴근 시간은 상황이 좀 나을까? 업무 시간 동안 통화를 못 해서 밀린 숙제하듯 통화하는 사람들이 많다. 상사 뒷담화, 업무 담당자 뒷담화, 오랜만에 연락해 온 친구 뒷담화까지. 퇴근 시간 지하철에서는 인물 됨됨이부터 지식수준까지 한 사람의 역사를 통째로 알게 될 수도 있다(비자발적으로). 이런 상황에 책 읽기는 정말이지 너무 어려운 미션이다. 거기다 종일 업무에 시달린 고된 몸에게 책까지 읽으라 하는 건 가혹한 처사다.

 

아… 다음부턴 지하철 출퇴근 시간엔 좀 더 가볍고 재미난 책을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