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음보다 다름 Better is not enough. Be different. - 홍성태 / 조수용

2023. 6. 19. 22:48BOOK

일주일 전의 프로야구 경기를 다시 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이미 경기 결과도 알고 있고, 그날의 하이라이트가 다 공개된 이 경기를 처음부터 정주행하는 건 결말을 아는 영화를 다시 보는 것보다 훨씬 지루하고 재미없다. 그렇다면 출간한 지 10년이 다 된 마케팅 서적은 어떨까? 10년 전 지금과는 많이 다른 상황에서 쓰인 마케팅 책이라 큰 고민의 방향부터 세세한 전략까지 하나도 맞지 않을 수 있다.

 

마케팅 석학인 홍성태 교수와 브랜딩 전문가인 조수용 대표가 함께 집필한 《나음보다 다름》이란 이 책의 초판은 2015년 5월에 발간되었다. 내가 다시 읽으려고 책을 샀을 땐 벌써 19쇄를 찍었고, 책이 출간되고도 7년이나 지난 2022년이었다. 이 책을 다시 읽고 있는 2023년 시점에서 이 책에서 트렌드에 가장 뒤처진 부분을 꼽는다면 단연 스위스 시계 산업에 관한 부분일 것이다. 이 책이 발간된 2015년에는 애플워치가 소문만 있었던 터라 시계 산업을 이렇게 뿌리부터 다 바꿔 놓을 줄 몰랐을 테니 당연할 것이다.

 

그럼에도 2015년에 쓰인 이 책이 2023년인 지금도 여전히 마케팅과 브랜딩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생각을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서비스를 만들고, 제품의 브랜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생각의 방향을 점검해보는 지침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브랜드의 전략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참고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에 말한 것처럼 기술과 관련해서는 최신 업데이트가 되면 더 좋겠지만 지금의 기술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10년 동안 기술의 발전 방향을 비교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보길 잘한 것 같다.

 

나음보다 다름 Better is not enough. Be different. - 홍성태 / 조수용

 

  • 지은이 : 홍성태 / 조수용
  • 제목 : 나음보다 다름 Better is not enough. Be different. - 기획에서 마케팅까지, 무엇을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 출판사 : 북스톤
  • 출판 연도 : 2015. 05.
  • 페이지 : 총 284면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자신의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진정한 탐험의 여정은 새로운 경치를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것에 있다 The real voyage of discovery consists not in seeking in new landscape, but in having new eyes.❞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차별화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새로운 제품에나 기능을 만드는 데만 집착하지 말고, 작은 차이를 어떻게 눈에 띄는 ‘보랏빛 소’처럼 인식시킬지 고민하라는 얘기다.
P. 31

 

마케팅 전쟁은 고객의 마음속에서 일어난다.
P. 125

 

권위 있는 시사주간지 《타임 TIME》을 보면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나오는 광고가 있다. 바로 롤렉스의 광고다. 금줄로 된 롤렉스는 가격이 최소 2만 달러가 넘는, 매우 고가의 제품이다. 이 잡지를 보는 사람들 가운데 이렇게 비싼 시계를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극히 일부일 것이다. 그럼에도 롤렉스가 《타임 TIME》에 그토록 열심히 광고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만일 롤렉스가 그 시계를 구매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부 고급 잡지에만 광고를 낸다면, 롤렉스가 그렇게 좋은 제품인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아무리 명품 브랜드라도 내가 쓰는 제품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남들이 알아봐줄 때 제품을 쓰는 사람의 심리적 만족감과 긍지가 높아진다. 오늘날 롤렉스가 명품 시계의 최고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부단히 이미지 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P. 127 - 128

 

아이폰을 만드는 애플이 결코 반도체 칩이나 액정화면 기술에 앞서가는 회사가 아니다. 다만 기술을 편집하는 능력으로 앱의 사용을 비롯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함으로써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하던 말을 되뇌어보자.

❝기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애플의 DNA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술이 인문학과 결합했을 때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결과를 낳지요.

It’s in Apple’s DNA that technology alone is not enough.
It’s technology married with libral arts and the humanities
that yields us the result that makes our heart sing.❞


기술이 왜 인문학과 결합해야 하는가? 그래야 새로운 문화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를 창출하지 않는 기술은 단순한 테크놀로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P. 131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보면,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나에게 너는 수많은 다른 소년들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꼭 필요로 하지 않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너는 나에겐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길들일 수 있다면, 즉 우리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새로운 습관이 되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생각과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게 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다면, 그 진입장벽이야말로 더없이 높은 경쟁력이 될 것이다.
P. 132

 

차세대 마케팅은 사회와의 융합을 꾀해야 한다. 앞으로 기업은 하나의 인격체처럼 취급될 것이므로, 소비자 복지, 과소비 억제, 환경문제, 마케팅 관리자의 의무 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마케팅을 기업의 관점에서 따로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사회와의 상호관계를 고려하면서 인간적인 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P. 136